그는 자신의 사무소를 나와, 주저함 없이 공원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의뢰가 들어와 있었지만… 하루 정도 늦어진다고 화를 낼 의뢰인이라면 애당초 자신의 사무소로 의뢰하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하면서 큰 골목을 하나 둘, 지나서 곧 공원에 도착한 그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자신을 맞아주는 벚꽃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봄, 봄, 봄. 그리고 너무나 슬픈 봄, 봄, 봄. 그는 7년 전의 그 사건과, 며칠 전에 자신의 손으로 끝낸 그 사건을 생각했다. 이제 자신은 변호사가 아니었다. 이제 자신의 곁에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변호사도 아닌, 쓸모 없는 피아니스트일 뿐인 자신의 곁에는… “…나루호도. 여기에 있었던건가.” 미츠루기의 부름에 뒤돌아선 그의 얼굴은 우울해 보였다. “아직도 그 사건을 생각하고 있는건가. 이제 그만 잊는게 좋지 않겠나. 이미 7년이나 지난…” “―미츠루기. 너는 DL 6호 사건을 잊을 수 있어?” “…….” 그의 말에 미츠루기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직도 엘리베이터와 지진을 무서워하는 자신으로서는, 나루호도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 물론 잊을 수 없지. 하지만 난 이제 그 사건을 과거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 “…….” “자네는 아직도 그 사건이 일어난 ‘현재’를 살고 있지 않나.” 이번에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나는…” 나루호도가 운을 뗀 그 순간, 강한 바람이 휘몰아쳐 꽃잎이 우수수 쏟아졌다. 한바탕 꽃세례를 받은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식 웃었다. 미소짓던 미츠루기는 갑자기 코를 문지르더니 크게 재채기를 했다. “…좀 이동하지.”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은 미츠루기는 벚나무에서 떨어진 벤치를 가리켰고,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린 미츠루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나루호도.” “응?” “…….” 무언가 말하고 싶은 얼굴로 나루호도를 바라본 미츠루기는, 예전보다 훨씬 깊어진 그의 푸른 눈과 마주치자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동시에 하려고 했던 말도 안으로 삼켜버렸다. “…모자에, 꽃잎이 잔뜩 붙어 있다.” “에에, 그래? 이거, 이대로 들어갔다간 미누키한테 한 소리 들을 뻔 했네.” 모자를 벗어 탈탈 털다 갑자기 미츠루기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루호도는, 웃으며 미츠루기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네 머리에도 꽃잎이 붙어있어.” 가까이에 와 있는 나루호도의 얼굴을 보고 미츠루기는 일순 멍하니 9년 전의 그를 떠올렸다. “…역시, 나루호도다.”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피식 웃은 미츠루기는 먼 곳을 보는 눈길로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봄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밤에, 이렇게나 슬픈 두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