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류 쿄우야는, 내 은인을 파멸시킨 사람. 나의 상사. 밴드의 보컬로 여성 팬이 꽤나 많은 듯 하고, 그 자신도 여성에게 친절하다. 그런 이유로 나에게도 잘 대해주는 것 같지만 난 역시 이 사람이 싫다. 밉다. 나의 은인을, 나의 첫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던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장본인이니까. 고작 3년. 이제 한창 경력있는 변호사로써 이름을 알리던 때에, 그의 변호사 생활은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나루호도씨!" "오, 아카네. 요즘 좀 어때?" 그 때와 같은,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 그러나 언뜻 비치는 슬픔은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나루호도씨…" 그렇지만, 당신이 없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되어버렸는데 즐겁게 수사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특히 난, 그 사람의 밑에서 일하고 있다구요. 당신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의 밑에서. "이럴 거라면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는게 좋았을걸." 나루호도는 난처한 듯한 얼굴을 했다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카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몸을 기울여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난 경찰이 되어서 과학 수사를 하고 있는 네가 자랑스러워." 아카네의 눈에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런이런.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나루호도씨… 으앙-" 아카네는 아이처럼 울며 나루호도의 품에 안겼다. 나루호도는 우는 아카네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이런 모습 보여줘서… 넌 경찰이 되어 돌아왔는데, 난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니구나." 그 말에 아카네는 더욱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나루호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울고 있는 아카네의 머리와 등을 부드럽게 쓸어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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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04 네, 이런 이유로 아카네는 가류검사를 별로 안 좋아하지요. 이 일로 나루호도씨는 더더욱 좋아지고 가류검사는 더더욱 싫어진다는 설정으로 썼습니다. 꺼지세요 가류검사^.^ 아, 그리고 아카네의 첫사랑이 나루호도라는 설정은 창작입니다. 왠지 그럴것 같아서/ㅅ/ 나루호도는 파파라서 우는 아이 달래기에 익숙해져 있을 것 같지요. 미누키는 별로 안 울었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