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
무더운 여름, 재판을 마치고 돌아온 나루호도는 넥타이를 푸르며 쇼파에 몸을 묻었다.
사무소에 에어컨을 들여놓으려면 돈을 얼마나 모아야 될지 고심하던 나루호도의 귀에 경쾌한 토노사맨 주제가가 들려왔다.
설마 또 일인걸까- 하고 살짝 인상을 찌푸린 나루호도는,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하는 사람인데 모르는 척할 수는 없지, 라고 생각해 전화를 받았다.
“네, 나루호도 법률사무소입니다.”
뭔가 작게 콜록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나루호도는 조금 불쾌해졌다.
“여보세요? ...대답 안 하시면 끊습니다.”
그제야 작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나루호도.”
“아, 미츠루기? 무슨 일이야?”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뭔데?”
“...집에...”
그답지 않게 주저하고 있다.
“미츠루기?”
“내 집에...”
말을 잇다 말고 간간히 들려오는 미츠루기의 작은 기침소리.
“감기 걸렸어? 미츠루기.”
“아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말이지.”
“엣...!”
“움직일 기력이 없어서 그러는데...”
그는 망설이는 듯 하다가, 숨을 고르고 나서 말했다.
“...와 줄 수 없을까? 나루호도.”
나루호도는 당장 사무소 문을 나섰다.
“어이, 미츠루기! 괜찮아?”
미츠루기는 힘겹게 눈을 떴다.
“으아, 땀 봐... 일단 셔츠부터 갈아입어야겠다.”
옷장에서 편한 셔츠를 꺼내 온 나루호도의 손이 자신의 셔츠 단추를 끌렀을 때, 미츠루기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 미안. 혼자 갈아입을 수 있나?”
“움직일 기력도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응. 그럼... 실례할게.”
진지한 표정으로 셔츠의 단추를 조심조심 풀러가는 나루호도의 모습에, 미츠루기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미츠루기, 잠깐 몸 좀 일으킬게.”
그러면서 자신의 등 쪽으로 닿아오는 나루호도의 손에 또다시 움찔거리는 미츠루기였다.
“미안, 미안. 잠깐이면 되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신을 안아 일으키는 나루호도를, 미츠루기는 열에 들떠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몸이 뜨겁네, 미츠루기.”
귓가에서 속삭이는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그의 목소리에 미츠루기는 열이 10도 정도는 더 오르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무런 자각도 못 하는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에만 열중해 있었다.
“다 됐다. 이제 죽 끓여올 테니까.”
그러면서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뜨거운 이마에 물수건을 척- 하고 올려놓았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미소지으며 방을 나가는 나루호도에게, 미츠루기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대답했다.
나루호도는 눈 앞에 잠들어 있는 미츠루기를 보고 있었다. 올 때 사온 감기약을 먹은 후 -물론 그 약은 ‘카제고로시 Z’였다- 그는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잠시 미츠루기를 바라보던 나루호도는 미츠루기 이마의 물수건을 다시 한 번 물에 적셔 올려주고,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준 뒤 일어나서 방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서류가 몇 장 흐트러져 있었다.
“법정자료인가…”
미츠루기가 몇 줄 뭐라고 적어놓은 것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앓아누워있는 미츠루기를 본 나루호도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집어 들었다.
“이 정도는 내가 해도 괜찮겠지.”
최대한 예쁜 글씨로 알아보기 좋게, 또박또박 반박할 조항과 발언을 적어내려 가던 나루호도의 귀에 문득 미츠루기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미츠루기?”
“물...”
나루호도는 조심스럽게 미츠루기를 일으켜 물잔을 기울여 주었다. 물을 마신 후 미츠루기는 다시 잠들어 버렸고,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법정자료를 보충하는 일을 계속했다. 드문드문 미츠루기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한참 후에야 서류를 다 작성한 나루호도는 역시 검사 일도 별반 다를 건 없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미츠루기의 침대 옆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삑- 하는 소리를 내며 체온계는 미츠루기의 체온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알렸다.
“이제 열은 많이 내렸네. 이대로 푹 자면 나을거야.”
다행이다, 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미츠루기의 머리를 쓸어넘겨준 나루호도는 침대에 기대 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안정적인 미츠루기의 숨소리를 듣던 나루호도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 날 아침, 몸이 어제보다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미츠루기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침대 옆에 잠들어 있는 나루호도를 보고, 얇은 모포를 꺼내 덮어주었다.
“음...?”
분명 제대로 정리해 두었을 서류들이 흩어져 있는 것에 미츠루기는 고개를 갸웃하며 책상으로 가까이 가 서류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빼곡히 적혀 있는 나루호도의 것이 틀림없는 글씨체에,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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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12
나는 미츠나루인데 왠지 나루미츠같이 나와서 기분이 묘한 글.
나루호도가 미츠루기의 옷을 갈아입혀 주는 장면의 묘사가 어색해서 고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고쳐야 좋을지 알 수가 없음.
처음은 마음에 드는데 왜 갈수록 이상해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