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3
"나루호도씨, 부탁드림다!"
"예? 뭐, 뭘요?"
"어서 빨리 검사님과 화해해 주십쇼!"
벙쪄 있던 나루호도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그건 싫습니다."
"도와 주십쇼! 지금 검찰청 분위기가 말이 아님다! 금방이라도 얼음이 꽁꽁 얼 것 같슴다!"
"..."
"도대체 검사님께서 왜 화가 나신 검까?"
"그거야 뭐... 화났으려나, 역시..."
"빨리 말하십쇼!"
"요즘 제가, 미츠루기를 거절하고 있거든요."
"거절?"
옆에서 이토노코와 나루호도의 공방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마요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반문했다.
"아, 음, 뭐랄까... 미츠루기 전화, 요즘 안 받고 있어서."
"만나면 되잖슴까!"
"그게... 제가 피하고 있어서요. 안 만난지 꽤 됐죠..."
"왜 안 만나는 건데?"
마요이의 질문에 나루호도는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어져 가고 있었다.
"응? 왜 그러는 건데? 말해봐, 나루호도군."
"말하기 민망해... 이토노코씨도 계시고."
"괜찮슴다! 저한테도 말해주십쇼!"
한참을 뜸들이던 나루호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입을 열었다.
"미츠루기가... 기, 길거리에서... 키, 키스하려고 해서..."
나루호도 법률사무소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에에에에에엑?!"
"우워어어어억!!"
동시에 두 사람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믿을 수 없어! 설마 그 미츠루기 검사님이?"
"검사님은 그러실 분이 아님다!"
씩씩 거리는 이토노코를 진정시키며 나루호도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알아요, 평소에 하던 행동 생각하면 절대로 그런 짓 안 하게 생겼죠."
"그래서, 거, 검사님이 나루호도군한테 키스했어?"
"아니. 길거리에서 키스할 수는 없잖아. 필사적으로 막다가 결국 한 대 때렸지 뭐..."
"뭣이라구요! 당신 지금 풋사과 주제에 검사님을 때렸다 이검까!"
"저... 저도 급했다구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눈총을 받았는지... 정말 키스라도 했다면 저나 미츠루기나 법조계 인생은 끝이에요!"
"그래서, 그 후로 미츠루기 검사님이랑 안 만나는 거야?"
"그래. 나도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조금 다퉜거든. 왠지 만나기가 껄끄러워..."
"고작 그런 이유인검까! 빨리 만나주십쇼! 정말 저희는 하루하루가 바늘 방석... 아."
갑자기 말을 멈추는 이토노코의 모습에 나루호도와 마요이도 고개를 돌려 이토노코가 본 쪽을 보았다.
"앗, 미츠루기 검사님...!"
놀란 나루호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그가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미츠루기가 달려와 나루호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훑어보더니 품에 안았다.
"미, 미츠루기!"
얼굴이 붉어져 바둥거리는 나루호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꼬옥 껴안은 미츠루기는, 그제야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걱정했다, 나루호도..."
그 말에 나루호도가 잠잠해 졌다.
"며칠째 전화도 안 받고, 만나지도 못 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
나루호도는 자신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깊이 안도하는 미츠루기의 등으로 손을 올려 마주 안아 주었다.
"괜찮아, 난 널 두고 가지 않아. 안심해, 미츠루기."
부드럽게 말하며 미츠루기를 안아주던 나루호도는 이토노코의 헛기침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으... 이, 이제 놔 줘, 미츠루기."
나루호도의 온기를 느끼며 안심하고 있던 미츠루기는 나루호도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자 이토노코를 향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다음 달 월급 책정... 기대하시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어서, 이토노코는 왠지 모르게 두려워졌다.
"뭐, 이걸로 화해도 된 것 같고, 기념으로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음. 오늘은 내가 사도록 하지. …이토노코 형사, 자네 것까지."
"예, 옛? 가, 감사함다! 미츠루기 검사님!"
함박웃음을 짓는 이토노코의 옆에서 마요이는 잘 됐네요- 라고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말을 했다.
"가자, 나루호도."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끄는 미츠루기에게 나루호도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응, 미츠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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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12
글을 쓰기만 하면 새드가 되는 친구에게, 달달한 건 이렇게 쓰는 거야!
하고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쓴 소설입니다. (...)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되어 있습니다. 미츠루기가 저럴 리가 없습니다. (써 놓고 좌절)
그냥 가볍게 무시하시고, 이 놈이 달달한 거 한 번 써 보자고 발광했구나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