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루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상냥하게 물어오는 너에게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누군가를 믿는 일을 하지 않아왔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실은 나도 믿고 싶다. 사람을, 믿고 싶다. 하지만 검사인 미츠루기 레이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 뿐이어서. 그렇기에 나는 눈 앞에 있는 너에게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이런 나를,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불쌍하다며 동정하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말았다. 눈치 빠른 너는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살피며 묻는다. "미츠루기… 역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긴… 네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오히려 네 쪽이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 심리,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어?" "아니. 오늘도 승소해서 피고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만." 그 말을 듣고 너의 얼굴은 미묘하게 바뀐다. 그 얼굴은, 이유를 알겠다는 얼굴이로군. "너…" 무슨 말을 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는지 입을 다시 다문다. "뭔가?" "…사실은, 피고자가 범인이어서 유감스러운 거 아냐?"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루호도. 나는 검사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반박하자 너는 당황해한다. 내 심기가 불편해 보이기에 그러는 거겠지. '어디 한번 들어주지'라는 듯한 표정을 꾸미고 팔짱을 낀 채 너의 말을 기다린다. 네가 해 주는 말은, 나의 진실일 테니까. "너는 검사니까, 피고인을 유죄라고 생각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어. 조사도, 심리도, 모두 '피고인은 범인이다'라는 가설을 향해 이루어지지. 그렇게 해서 정말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게 밝혀져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네가 유감스러운 거야. 왜냐하면 사실은 넌……" 너는 마지막 말을 남겨둔 채 말을 끊는다. 아마도 그 다음 말을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는 거겠지. 하지만 말해도 된다. 왜냐하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피고인을, 믿고 싶은 거야. 그렇지?" 그렇지만 굳이 이 사실을 너의 입으로 듣고 싶어하는 나도 어딘가 이상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너에게 매도 당하고 비난 당해도, 너이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게 하지도 이런 말을 듣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좋아, 듣고 싶었던 말은 다 들었다. 이것으로 이제 됐어. 내 흔들림에 너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나루호도 자네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군." 너에게서 등을 돌려 내가 가야하는 길을 걷는다. 너의 길과는 다른, 검사 미츠루기 레이지의 길을.
「검사 미츠루기 레이지는 죽음을 택한다」
나루호도 네 말을 이정표로 삼고, 잠시만 생각하고 오겠어.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나루호도 류이치, 너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 080822 물론 미츠루기가 사라지기 전에 나루호도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으니까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로군요. 하지만 왠지 나루호도의 말에 위안을 얻는 미츠루기가 쓰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진실이 될 수 있는 존재, 라는 설정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