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20대인데 하는 짓은 30대 아저씨 같은 그 사람을, 무슨 일이 생기면 나와 카구라의 보호자 노릇을 하려는 그 사람을, 언제나 앞서 나가 우리를 지켜주는 그 사람의 등을 보면서, 든든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모다?! 모다?! "엉? 뭐 잘못 먹었냐, 신파치? 내가 니 아버지야 응? 난 10대 때 너 같은 아들 둔 기억은 없는데." 방금 나니? 나야? "아버지, 이 국 간 좀 봐 주세요." 라고 말한 게 내 입이야? 히죽 웃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니 정말 내가 말한 게 맞나보다. 내가 죽을 때가 된 건가? "마, 말 실수였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긴상." 이 놈의 얼굴은 왜 자꾸 빨개지려고 하는 거야! 진정하자, 시무라 신파치. 사람이 살다보면 말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암! 재빠른 속도로 밥을 차리자 킬킬 웃던 그 사람은 밥 먹는데 집중했다. 카구라는 오늘 좀 늦는 모양이다. 이 녀석, 밥 시간은 지켜서 오라니깐! 속으로 투덜거리며 묵묵히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한참 밥 먹다말고 문득 그 사람이 물었다. "신파치. 내가 아버지 같냐?" 켁… 갑작스런 질문에 먹다가 체할 뻔 했다. 아까 이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뭐야, 계속 그걸 물고 늘어질 심산? "에, 에이… 아까 그거 신경 쓰는 거에요?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요." "난 지금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야." 좀처럼 보기 힘든 그 사람의 진지한 얼굴에, 웃음으로 무마하려던 내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긴상은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도 아니고. 그저…" "그저?" "제가 긴상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은 건지도 몰라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거든요. 하긴, 제가 요리하기 시작한 것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니까, 아까 그건 정말 말 실수네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니까 코 끝이 시려왔다. 고개를 숙이려고 하자 그 사람이 내 머리 위에 손을 턱 얹더니, 어린 아이 머리 쓰다듬 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울지 말고 마저 밥 먹어라. 이 긴상이 오늘은 특별히 너에게도 딸기 우유를 마실 수 있게 해 주지." "뭐가 '오늘은 특별히'예요. 그거 사 온건 저거든요? 돈 없으니까 빨리 돈이나 벌어와요." "어라, 위로해 주니까 갑자기 구박이야? 어디 다시 한 번 아버지라고 불러보시지." "됐거든요? 이 '아저씨'야. 긴상한테는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아까워요. 저승에 계신 아버지가 들으시면 우실 거라고요." "어허, 아저씨라니! 긴상은 아직 20대라고!" "긴쨩, 신파치, 나 왔다 해! 밥 줘라 해!" 나와 긴상이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나갔던 카구라가 기운차게 돌아왔다. "아, 어서 와, 카구라쨩. 식사 시간은 맞춰서 오라니까… 앗! 손 씻고 와서 먹으랬지!" "쳇… 신파치는 계모다 해." "누가 계모야?!" "그래, 카구라. 엄마한테 그런 말버릇 하는 거 아니야. 내일부터 밥 안 줄지도 모른다구?" "당신은 입 닥쳐!!" 친 가족은 아니지만.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당신이, 카구라가 좋으니까. 당신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저는 외롭지 않아요. 안심하세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