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치. 이거 한번만 입어봐라. 응?” “아, 이 변태 선생이 진짜! 확 경찰에 신고해 버리기 전에 그만둬요!!” “이제 알았냐? 나 변태 맞으니까 이거 입어봐.” 와, 진짜 미치겠네. 신파치는 눈 앞에서 세라복을 들이대는 긴파치 때문에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싫다니까 왜 이래요!” “선생님이 시키는데 그냥 고분고분 입으면 되지, 뭐 이리 말이 많아, 신파치군.” “니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긴파치의 손에 들린 세라복을 냅다 빼앗아 바닥에 패대기치고 발로 몇 번 꾹꾹 밟아주자 긴파치의 얼굴이 확 변했다. “너,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그걸…” 알게 뭐냐, 흥이다! 신파치는 이제야 속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긴파치에게서 고개를 홱 돌렸다. “아아, 세라복이…” “긴파치이이이!! 내 교복 어디다 뒀냐, 해!!” 바닥에 떨어진 채 구겨져 있는 세라복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던 긴파치는, 복도 끝 멀리서 들려오는 괴성에 움찔하더니 그걸 신파치의 손에 쥐어주고 잽싸게 내뺐다. “거기 서, 이봐요!!!!!” “그걸 왜 니가 갖고 있냐, 이 안경잽이야!!!!!”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오오오!!!” 신파치의 말은 듣지도 않고 카구라는 주먹을 휘둘렀다. 반항은 했지만 그녀는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은 괴물이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신파치는 맞으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망할 인간, 내가 세라복 입나 봐라. 무릎 꿇고 싹싹 빈다고 해도 죽어도 안 입을 테다. 아, 근데 이러고 계속 맞고 있으면 어차피 죽겠구나…… “잠깐, 카구라.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날뛰지 말고 이 선생님의 얘기를 좀 들어 봐라.” 그래도 신파치를 카구라 손에 죽일 생각은 없었는지 어디선가 슬그머니 기어 나온 긴파치가 선생이랍시고 설교할 기세였다. “니가 언제부터 선생이었냐, 해?!” 카구라의 말을 듣고는 아아, 학생이 담임선생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작금의 사태를 선생님은 심히 통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이는 긴파치의 얼굴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카구라에게 신파치는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복도에 쓰러진 채였다. 아, 이래선 박수를 칠 수가 없지. “카, 카구라… 진정 좀 하고 선생님 말을 들어봐! 사실 저 세라복은 말이지. 타에 꺼야, 타에 꺼. 니꺼 아니고.” “선생님. 타에씨의 세라복이라면 제가 가지고 있는… 컥!” “너였냐, 이 고릴라야!!!” 체육복을 입은 타에의 옆차기로 복부를 차인 곤도가 바닥을 구름과 동시에 긴파치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카구라가 긴파치의 멱살을 잡고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내 꺼다, 해!!!!!”
“신파치. 이거 한번만…” “됐어요, 이 아저씨야. 죽어도 안 입을 거에요.” “…아야야야, 카구라한테 맞은 데가 아파 죽겠네! 여러분, 긴파치 죽어요-“ “그런 걸로 죽기는 무슨.” “진짜로 나 죽네- 신파치가 이거 안 입어주면 죽을 거 같아-“ “그냥 그대로 죽어, 이 변태야.” “…정말 안 입어? 나 이거 진짜 힘들게 빌려온 건데.” 카구라한테 거짓말하고, 라고 덧붙이는 긴파치의 말에 신파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나한테 입힐 마음이 들어요?” “응.” 대답 한번 시원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어떡하지. 이 아저씨 진짜 변태인가봐. 그리고 난 그런 변태의 손에 걸려버렸고. 게다가 괜히 휘말려서 나까지 얻어 맞았잖아? 근데도 이 변태 아저씨가 좋으니 어쩌면 좋지. 나 미쳤나? “신파치이- 한번만. 응? 응?” “귀여운 척 졸라대지 말아요.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정말 안 입어줄거야? 이 선생님 소원인데.” “…집에 가면요.” 그 말을 하고 신파치는 새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재빨리 도망쳤다. 등 뒤에서 긴파치의 웃음 섞인 말이 들려왔다. “이따 우리 집에서 보자, 신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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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15 3Z는 한번도 안 써 봤는데 이런 막장개그로 처음 쓰게 되다니 뭔가 굴욕적인 거 같기도 하지만. 뭐 괜찮아 어차피 3Z니까... 그리고 난 은근 세라복 모에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