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긴상!!!!!!!!!!"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카스기 밑의 양이지사들과 뒤엉켜 혈전을 벌이고 있는 중에 갑자기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언제나처럼 익숙한 목소리의 외침을 들은 것과 동시에 긴토키는 강한 충격에 밀려 저 멀리로 데굴데굴 굴러 널부러졌다. 잠시 엎어져 있던 긴토키는 곧 정신을 차리고 어지러운 머리를 누르며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주위에는 온통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연기가 자욱했고 폭발에 즉사한 사람도 보였다. 잠시 연기가 걷히길 기다린 긴토키는 자신의 앞 쪽에 쓰러져 있는 신파치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시, 신파치!!!!!!"
자신도 폭발에 휘말려 온몸이 만신창이였지만 신파치가 쓰러져 꿈쩍도 안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신파치에게 달려갔다. 신파치에게서 흘러나오는 피를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신파치!!! 눈을 떠, 신파치!!!"
근거리에서 폭발에 휘말렸는지 안경이 심하게 깨져 있었다. 신파치를 한참 흔들어 깨운 후에야 신파치는 한쪽 눈을 천천히 떴다. 다른 한쪽 눈은 피로 범벅이었다.
"아, 긴... 상... 무사해서 다행... 이다..."
"지금 내 걱정할 때야? 왜 여길 끼어들어!!!"
아까 자신을 밀친 게 바로 신파치였다는 것을 깨닫자 긴토키는 소리를 질렀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긴토키를 엄습했다. 그 순간 긴토키는 신파치를 들쳐 업고 죽어라 병원으로 달렸다.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신파치, 죽으면 안 돼. 알았지!!!"
등 뒤에 업힌 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난 긴토키는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고 더 빨리 병원을 향했다. 들어가자마자 응급상태로 대수술이 이뤄졌다. 화상을 입고 골절을 당했지만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눈이었다. 워낙 예민하고 다치기 쉬운 눈에 안경 파편이 들어간 것이다. 폭발 때문에 그런 게 분명했다. 얼굴에 큰 화상을 안 입은 게 다행이라고 했다. 수술이 잘 된 거냐고 묻자 의사는 경과를 봐야 한다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 후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보다 못한 카구라가 계속 여기 있을 거냐고 화도 냈지만 자신 때문에 신파치가 다친 거라는 생각을 하자 도저히 병실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계속 기다리는 것이었다. 오타에가 와 자신이 있을 테니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한 후에야 긴토키는 가까스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신파치가 눈을 뜬 것은 그 때였다.
"신쨩, 정신이 드니? 나 보여?"
"누님..."
"다행이다... 그래, 몸은 좀 어떠니? 괜찮아?"
"네. 근데 눈이..."
신파치의 한쪽 눈은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는 상태였다. 안경도 깨지고 없어 앞이 보이지 않는 신파치는 오타에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제 눈 어떻게 된 거죠?"
신파치가 물었지만 오타에도 자세한 설명은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 남매는 의사를 호출했다. 한동안 난처해하다 입을 연 의사의 말에 남매는 망연자실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워낙 연약한 부위라 치료가 불가능 했다는 얘기,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는 얘기, 실명하게 될 거란 얘기.
오타에는 울었지만 신파치는 울지도 않았다. 실명하게 된다는 얘기에 다른 쪽 눈마저 빛을 잃었다. 이제 다시는, 다시는... 신파치는 암담한 미래를 상상하고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오타에가 울고 있었다.
"누님, 전 괜찮아요. 한 쪽 눈은 보이잖아요..."
오타에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고 있었기에 신파치는 겨우 자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긴토키를 떠올렸다. 정신을 잃기 전에 그를 봤던 기억이 났다. 그는 무사했었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나는 그러려고 거기에 끼어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긴상이 무사하잖아. 괜찮아...
그대로 병원에 있어도 별 다른 치료법이 없었기에 신파치는 퇴원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맞춘 안경을 붕대를 감은 눈 위에 썼다. 이젠 안경을 써도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한쪽 눈으로만 봐야 하는 세상. 신파치는 두려움으로 떨리는 몸을 억누르려 입술을 깨물었다. 오타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신파치에게 지팡이를 내밀었다. 아, 뭔가 말해야 하는데. 고맙습니다라든가 미안합니다라든가 괜찮아요라든가... 아니면 뭔가 웃긴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데 입술이 떨어지질 않는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져 나올까 두려워 신파치는 그저 바닥만 바라보았다. 오타에가 연락했는지 퇴원하는데 긴토키가 나타났다. 말해야 할까? 갈등했다. 오타에도 신파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말할까, 라고 묻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깨닫고 신파치는 고개를 저었다. 오타에는 긴토키에게 신파치를 부탁한다고 말하고 어디론가로 가 버렸다. 아마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또 한 차례 울 것이었다.
"여어, 신파치. 깨어나서 다행이다. 몸은 좀 어때?"
긴토키의 표정이 복잡했다. 애써 경쾌한 척 하지만 걱정과 불안과 분노가 뒤섞여 혼돈의 카오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괜찮아요. 몸은 다 나은 것 같아요."
좋아,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신파치는 자기 자신을 다독였다.
"그래? 다행이다! 자, 가자.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긴토키의 뒤에 탄 신파치는 긴토키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지려 했던 곳에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자기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거리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신파치는 우는 것 대신 긴토키의 허리를 꽉 부둥켜 안았다.
"야, 아파! 아야야, 긴상 아파요, 요 녀석아!"
긴토키는 아프다고 죽는 소리를 냈지만 그러면서도 떨어지라고는 하지 않았다. 신파치는 그의 등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의 온기와 스쿠터의 진동은 언제나와 같았다. 다른 것은 자신 뿐이었다.
"다 왔다. 내려, 부축해 줄께."
신파치는 긴토키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들어갔다. 신파치 대신 긴토키가 부엌에 들어가서 뒤적거리더니 차를 가져왔다. 이 와중에도 그거 손님용 차 아닌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내가 싸우는 데 끼어들거나 하지 마."
면목이 없어 신파치는 손에 든 찻잔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끼어들지 않았으면 긴토키가 크게 다쳤을 것이었다. 시간이 다시 돌린대도 분명 자신은 그곳에 뛰어들고 말리라.
분위기가 축 가라앉자 긴토키는 안절부절 못 하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야, 그래도 너 붕대 감으니까 안경보다 더 존재감이 확실해졌다. 이 참에 이미지 바꿔!"
그러자 신파치는 아무 말 없다가 살짝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네, 그렇네요."
신파치는 비어버린 찻잔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긴토키는 남은 차를 홀짝거리다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부족했다. 그게 뭐지? 그걸 깨달은 순간 긴토키는 너무나 당황해 신파치를 바라보았다. 안경과 츳코미가 아이덴티티인 아이인데?
"신파치...?"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안경=신파치 뭐 이런 얘기만 꺼내면 불 같이 화내면서 츳코미를 걸던 신파치였는데 오늘은 너무 얌전했다. 게다가 그걸 수긍하다니?
의아해하던 긴토키는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설마, 너..."
신파치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았다. 그렇지만 신파치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팍 쓰고 신파치의 어깨를 거칠게 돌려 자신 쪽으로 향하게 했다.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긴토키는 신파치를 다그쳤다.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소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까처럼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가 있어. 어떻게. 어떻게!!!!!
긴토키는 입술을 꾹 깨물고 소년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소년은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안겨 있었다. 마른 그 몸을 힘주어 안자 소년의 몸이 희미하게 떨려왔다. 긴토키는 소년을 껴안고 그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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