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루기의 딱 떨어지는 말에 나루호도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더 이상의 반박이 없자 미츠루기는 홀가분하다는 듯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대낮부터 검사실에 찾아와서 하는 말이 저거라니. 어이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 미츠루기는 여유롭게 홍차를 마시면서 파일을 뒤적거렸다. 사건을 정리해놓은 파일을 훑어보고, 내일 오전에 있을 재판 자료를 머릿속에 넣어놓아야 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나루호도가 말이 없다.
"...나루호도?" "..."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루호도의 모습에 미츠루기는 의아함을 느꼈다. "이봐, 나루호도?" "...윽."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나루호도가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미츠루기는 이미 보았다. 나루호도의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나, 나루호도..." "으, 난 너한테 토노사맨보다 못한 존재라 이거지? 아, 알고 있었다 뭐!" 그런 말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되는군, 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고, 파란 양복 소매로 눈가를 슥슥 훔치면서 서 있는 나루호도의 모습에 미츠루기는,
"...설마, 삐진건가?" 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나루호도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더니, "간다!" 하고 외치고는 휙 뒤돌아섰다. "잠깐!" 미츠루기는 나가려는 나루호도의 손목을 낚아채,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 걸로 화를 내는 건가? 너는." "...누가 화를 냈다고 그래." 미츠루기의 시선을 피하면서, 나루호도는 말 끝을 흐렸다. 이런 말로 상처받을 나루호도가 아닌데, 생각하면서 미츠루기는 일단 나루호도를 달랬다. "농담이네, 나루호도. 토노사맨을 좋아하는 것과 너를 좋아하는 것이 다른 거라는 거, 알고 있지 않나." "..." 아, 조금은 풀린 걸까. 도대체 어디서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듣고 왔길래 이렇게 소심해진 거지. "네가 훨씬 더 중요한 게 당연하잖아." "...윽." 달래려고 한 말이었는데 그 말에 참고 있던 눈물을 떨어뜨리는 나루호도의 모습에 미츠루기는 매우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