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당신만을 생각했다. 제정신이 아닌 건 누구? 당신? ...혹은 나? 당신은 항상 진심을 말하지 않아. 당신은 항상 나를 바라보지 않아. 당신의 눈은 누구를 향해? 나는 당신을 내 곁에만 두고 싶었다. 당신이 천사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나 역시 이젠 평범한 몸이 아니니까. 나는 언젠가 이 영원을 끝낼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베릴- 이것 봐. 예쁘지?" 당신과 닮은 금발 아이의 손에서 빛나는 것은 분명, 당신과 나의 반역의 증거. 그리고 그 결과로, 지금 이 나락에서 이것은 금기. "로자리오...?" "아앗, 알렉님!! 그건 그렇게 자랑스럽게 들고 다닐 물건이 아니라구요!!" 자신이 천사인 것도 잊어가고 있는 타락천사 청년. 저 청년에게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저 천상에 있는 걸까, 아니면... "왜? 이렇게 예쁜데..." 이 나락에 있는 걸까. "뭐여? 아직 그런 것도 설명 안 했어, 참모씨?" "하, 하려고 했다구요!" 마음 깊숙한 곳에 살기와 증오로 가득한 붉은 머리의 청년은... 그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알까. "에에- 그런 건 저도 아는데에~ 왕자님은 아직도 모르십니까아~" 이젠 찾아볼 수 없는, 마지막 아프락사스. 당신과 만났을 때는 아프락사스가 넘쳐났었는데. 세월은 벌써 한 종족이 멸망할만큼 지난걸까. 나락에 있는 마인이 모두 멸망할 때까지 나는 영원히 살아야 하는걸까.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이 모두 멸망하고 나 혼자 남게 될 때까지도 나는 혼자일지 모른다. 내 손으로 봉인해버린 당신을 이제 와서 다시 보고 싶어하다니. 하지만 그 봉인이 풀리면 당신은 나를 떠날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당신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천사도 마인도 모두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다만, 언젠가 당신의 봉인을 풀면 당신의 새 몸으로 쓰려고 했던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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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년도 7월 중순쯤 썼던 이야기군요. 아포크리파 드라마 CD를 들으면서 우울한 마음에 썼습니다. 베릴의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던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 후로 제 소설을 보면 참모즈 이외의 내용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 같은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