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다. 치히로씨는 죽고 없고, 마요이는 수행하러 돌아갔고, 미츠루기는 갑자기 사라졌다. 자신은 어릴 때도, 대학생일 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혼자였다. 게다가 이런 배신감은 변호사 공부를 하던 때도 느끼지 않았던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의 배신이, 그를 너무나 아프게 했다.
법정을 나서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우두커니 로비에 서 있었다.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 줄 사람은 이제 그의 곁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비가 쏟아져 내리는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밝은 파랑의 양복이 점점 군청색으로 변해갔다.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 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타인이기 때문에. 다정한 연인들의 목소리. 즐거운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그를 더욱 외롭게 했다. 외로웠다.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그는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적시는 빗줄기와 함께 묻어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이 외로운 마음도 씻겨 내려가 버렸으면 했다. 떠나가 버린 그를 그리워하는 자신이 싫었다. 자신에게서 떠나가 버릴 사람만 사랑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은 버릴 수 없었다. 그 마음만이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하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자신의 가슴에 변호사 뱃지가 되어 빛나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런 대답도 없을 것을 알지만, 어두운 사무소의 문을 열며 그렇게 말해본다. 언젠가, 모두들 돌아와 줄까. 다시 이 곳에서, 다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그 날이 올까.
다시 사무소를 나섰다.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비를 내리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에 닿아오는 빗방울을 느꼈다. 아프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그는 사랑을 믿었다.
「아플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사랑은 역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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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3 혼자 남았을 나루호도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런 결론이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사랑은 좋은 것이라고. 자신의 가슴에 빛나고 있는 변호사 뱃지를 보며 일부러라도 다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것은 미츠루기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치히로씨, 마요이, 그리고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나루호도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버텨주지 않았을까요.